3. 너무 쉽게 찾아온 슬럼프

2023. 1. 2. 23:32Road to Developer

11월 15일 개발 공부를 천명하고 처음에는 유튜브로 기웃기웃거리다가 어떤 언어를 해야할지 막막하고 뭘 해야하는지도 막막했다. 그러던 와중 친구의 추천으로 udemy에서 python 강의하나를 듣기 시작했다. 100일간의 온갖 프로젝트를 찍먹해보는 듯한 느낌의 부트캠프식 강의였다. 나름 강의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해서 순항하고 있었으나 점점 나는 지쳐갔다. 클래스 같이 초심자에게는 어려운 개념들이 나오고 실습에서 막히는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점점 의욕을 잃어갔다. 어떻게 쳐야지라는 답답한 시간이 길어지고 나의 조급함이 맞물려 점점 지쳐갔다. 물론 이따금씩 코드가 잘 작동할때 마다 너무나 기뻤지만 그 기쁨은 정말 순간이었다.

이 글에서 고백하자면 저번주는 거의 코딩하는 시간과 게임하는 시간이 같았고 점점 게임에 빠져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면서 해가 바뀌는 23년 국비지원을 듣겠다는 내 계획에 나는 내심 겁이 났다. 도저히 내가 해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2월 31일은 정말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고 나는 절망에 빠졌다. 나약할대로 나약해진 내 모습에 한달 전 의욕은 온데 간데 없고 자괴감과 절망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시간은 멈출 수 없고 그렇게 해가 밝았다. 사실 나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삼수를 실패하고 다음 해를 보는 것은 정말 괴로운 순간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이런 경험을 해도 정말이지 뼈아팠다.

다행인 건 언제나 나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부트캠프를 알아보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들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를 보면서 정초와 오늘을 보냈다. 처음에는 백엔드를 하려고 마음을 정해서 JAVA관련 강의를 찾고 어떤 강의를 들어야할지도 마음을 정했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자바 공화국이라는 영상을 보았고 취업이 급한 나로서 실제로 강의 신청까지 마쳤다. 그런데 무슨 우연인지 한 책에서 초심자는 자바를 하지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미 마음을 정했으나 한편으로는 자바를 하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다. 찍어먹는 정도도 하지 않았지만 자바와 파이썬을 둘다 먹어본 결과 파이썬이라는 아주 간결한 코드를 맛보니 도저히 복잡한 자바를 쓰기 꺼려졌다. 물론 마음과 달리 자바 국비지원 수업을 듣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초심자는 자바로 시작하지 말라는 그 말에 동해 적어도 왜 그런말을 했는지는 알고 싶었다.

바로 교보문고로 달려가 그 책을 그 자리에서 절반을 읽어버렸다. 책 제목은 "비전공이지만 개발자로 먹고삽니다"로 내가 도저히 안보고 지나치기 어려웠을 뿐만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아니 비전공으로 개발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명확하게 해결했다. 게다가 이 책은 22년 12월 초에 나온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었다. 감정이입이 되도록 썼고 무엇보다고 비전공자가 어려울 만한 단어를 배제한 채 비전공 입장에서 출발해 책을 아주 쉽게 써주었다. 물론 저자를 보니 학벌 좋은 엘리트들이서 감정이입에서 조금 깼지만 그들의 노력과 경험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구매하고 책상에 앉아서 그 책을 한번에 다 읽고 내가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던 또는 내가 만들어내지 못했던 질문들을 먼저 만들고 답까지 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비로소 내가 왜 슬럼프에 빠지고 왜 개발에 흥미를 잃어갔는지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 답은 나의 고질적인 단점인 목표 설정의 부재였다. 한창 공부를 하던 시기 나는 이런 목표 설정을 경시했다. 강한 목표 달성 의식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말에 나는 동감하지 않았다. 그냥 눈앞에 문제를 치우다보면 목표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목표없이 공부했다. 그래서 그저 눈 앞에 문제 하나 풀기 바빴고 문제 산더미 속에 쉽게 지쳤다. 동기부여도 없이 그저 남이시키는 일을 한다는 스스로 위안 거리를 삼아 떨어진 성적에 책임지지 않았다. 이따금 좋은 성적을 받긴 했지만 조금 어려워지면 쉽게 무너질 만큼 실력으로 나는 늘 적당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로 난 쉽게 포기했다. 놀랍게도 나는 그 때처럼 목표없이 언어를 배우다보면 자연스럽게 개발자가 되어있겠지했다.

그 것은 나의 착오였다. 난 뚜렷하게 뭘 해야겠다는 목표 없이 개발 공부를 했다. 마치 기획없는 개발이었다. 개발 그 자체 만큼이나 그 산업과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나는 찾지 않고 애써 보지 않았다. 오늘 기록을 통해서 나는 그 과거과 단절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정한 세부개발직군은 프론트엔드 웹개발자였다. 그 이유를 몇가지 들자면 첫째로,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보니 뭔가 아쉬웠는데 프론트 엔드를 하면 바로바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책을 말을 인용하자면 콘솔창의 결과물로는 나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해주기 어려웠던 것 같다. 두번째로, 개발의 장벽이 높지 않다. 물론 이 점은 양날의 검이지만 개발이 처음인 나에게 딥한 개념들이 나올수록 쉽게 질려버리는 것 같다. 물론 이 개념들을 피하기 보다는 보다 쉬운 개념을 섭렵하고 그 것을 발판 삼아서 더 나아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원초적으로 관심있던 분야였던 브랜딩을 여기에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를 홈페이지로 표현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동안 브랜딩 직군에 내가 발을 드리지 못했던 것은 그 능력이 있다는 것을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브랜딩 전문가를 위해서 뭘 배워야하는 구체적으로 나와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케팅에서 은근슬쩍 넘어가 브랜딩 전문가가 되는 식인데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비주얼화한다면 분명 채용담당자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브랜딩을 부전공한 것을 잘 이용해 내 어필요소로 가져가겠다는 심산이다.

22년 11월 이후는 전혀 내가 이전에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오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다가올 일들을 마주한다면 나는 똑같은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내 과거를 반추하고 시장 조사를 보다 꼼꼼히하고 무엇보다고 남들 이야기도 한 번 믿어보겠다는 것이다. 난 남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갈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전공 개발 직군에 대한 무수한 부정적 평가에 쉽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과 단절하고 한 번 내 귀에 부드러운 그 책의 이야기를 한 번 믿고 해보겠다. 내 앞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실패해도 상관없다 개발자가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 내가 쌓아간다면 이 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내 눈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게 이 때 쓰는 말이고 그게 인생이고 그게 삶인것 같다.

 

2019년 아일랜드 브레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