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PM

치밀한 기획 없는 구축은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Kestrel 2025. 7. 12. 23:31

SM/SI를 다니며 느끼는 점은 정말 구축을 대충 한다는 것이다. 좀 더 말하자면 일단 만들고 보자 식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단언을 하는 경우가 드물게 되는데 일단 내 경험 상으로는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이 맞다고 단언한다.

 

최근 내가한 프로젝트는 유명한 식품 프랜차이즈였다. 4.5개월 동안 앱을 만들었는데 워킹데이로 치면 90일 정도의 시간이다. 혹자는 앱 만드는 거 90일 정도면 개발자들 모아서 만들 수 있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앱은 프로젝트의 일부일 뿐이다. 프로젝트 명이 앱 구축이지만 실상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많은 유관부서들이 소통에 참여하고 그 유관 부서가 늘어날수록 커뮤니케이션의 양을 배가 아닌 곱절로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앱 구축하나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SI 프로젝트를 매우 좁은 의미의 시각이다. 

 

그래서, 서비스 기획이 안정적인 서비스 구축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PM/PO라는 이름으로 변모하여 내가 이야기한 부분이 좀 더 시대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5명 인원으로 프로젝트는 진행되었고 정말 많은 부정적인 에피소드를 양산하면서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다. 

 

과연 결과물은 어땠을까? 알 수 없는 버그들과 점점 이상해지는 디자인, 제한적인 기능 확장 등 이렇게 되리라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왔던 것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들이 다가왔다. 수많은 CS들이 밀려들어오고 운영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수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들은 비즈니스 적으로 어떻게 판단될까? 흔히 들리는 직장은 결과물만 기억한다는 말이 난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었다. 서비스 구축을 맡긴 기업이나 SI 업체는 난 모두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비스 기업의 구축 팀은 수많은 CS와 버그 수정으로 헛돈을 더 쓰면서 고도화는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 CRM을 진행하고 싶지만 전혀 고려되지 못한 설계에서는 MAU, DAU, WAU 단순지표만 계산하며 이벤트로 방문자 이끌기만 진행 중이다. 이 것을 우리는 CRM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구축 사는 어떨까? 수많은 CS를 담당할 운영 담당자를 늘리며 커뮤니케이션 양이 증폭하고 있다. 주말이나 야간에 결제 이슈라도 터지는 날에는 살얼음 판을 걷는다. 관리자 페이지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운영에서도 장애의 빈도가 늘어나게 된다. 후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정말 간단한 이야기들만 하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엉망인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업들은 정말 돈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것일까? 그냥 사람을 붙여놓고 대응할 시간만 벌면서 대충 때우는 것일까? 

 

비단 내가 겪은 일만 아니라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 평점만 봐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림이 보인다. 특히, 국가에서 만든 앱들은 전혀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요구사항 몇 줄을 충족하는 기능 개발이 된 채 버려져가거나 잊혀 간다. 내가 겪은 3개의 기업들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결코 이들은 작은 기업들도 아니고 이름만 대면 모든 사람들이 아는 기업들이다. 왜 이런 일들이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답을 알고 있다. 많은 답들 중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IT를 모르거나 비즈니스를 모르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프로젝트를 관망하는 고위 관리자는 버튼 만드는 것이 왜이리 어려운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며 버튼 하나가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임을 모른 채 기간에 맞게 구색만 갖추려고 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버튼 하나 잘 만들어서 많은 유저가 편안해질 수 있고 버튼 하나를 누르고 안 누르고를 통해서 우리는 왜 유저가 서비스에서 이탈했는지 의문을 갖고 개선해 나가는 출발점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IT 강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 많은 멍청 비용이 발생한다. 내 돈이 안나가니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세금으로 우리 모두 수많은 돈을 낭비했을지 모르겠다. 작게는 앱 사용 중 불편함을 겪으며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세상을 바꾸고 조금 편하게 만들어보고 싶다.